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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5·18단체가 특전사동지회에 감사?”…광주시의회도 ‘화합 행사’ 불참
“5·18단체가 특전사동지회에 감사?”…광주시의회도 ‘화합 행사’ 불참
등록 :2023-02-15 17:05 수정 :2023-02-15 21:14
광주광역시의회가 19일 5·18 관련 2개 공법단체가 대한민국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여는 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시의회는 15일 “2곳의 5·18 공법단체가 추진하는 ‘특전사동지회와 함께하는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공동 선언식’(이하 선언식)에 함께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선언식은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와 사단법인 특전사동지회 주최로 19일 오전 11시 광주 5·18기념문화센터 2층 대동홀에서 열린다. 이들은 선언식 이후 국립5·18민주묘지 합동 참배를 할 방침이다. 이 행사는 지난달 17일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합동 참배 이후 두 번 째 ‘화합 행보’다. 특전사동지회는 1980년 5·18 당시 진압군으로 참여했던 3·7·11공수여단 등 예비역 특수전부대원들의 단체다. 애초 이 선언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숙고 끝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광주시의회는 “현재 5·18 진상규명조사위원회에서 조사 중인 과제가 237건에 달하는 상황에서 조사 대상자이자 가해자인 계엄군을 포용하고 화해로 나아간다는 것에 선뜻 공감하기 어렵다”며 “아직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포용과 화해를 넘어 감사를 표한다는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의회는 5·18 2개 공법단체의 일방적인 행사 추진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시의회는 “5·18유족회가 불참을 선언하고 여러 단체에서 반대 성명이 빗발치는 가운데 두 개의 공법단체는 누구를 대표하여 포용과 화해에 나서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앞서 오월어머니집은 입장문을 통해 “발포명령과 암매장 진실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화해와 용서라니 가당키나 한일이냐. 5·18의 진실이 국민과 오월 영령들을 기만하는 정치쇼를 중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또 특전사동지회엔 화해 선언식보다 5·18진상규명 이후 사죄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시의회는 “계엄군들이 과거의 만행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전사동지회는 대체 누구를 대신하여 민주묘역에 온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명예회복, 배상, 기념사업 등 5대 원칙 중 어느 것 하나 완성하지 못했는데,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사실상 포용과 화해를 강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진상규명과 사죄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한편,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와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는 “가해자이면서 피해자인 계엄군을 대신한 특전사동지회와 5·18 당사자들이 만나 국민통합을 이루려고 한다”며 “국민통합이 이루어질 때 5가지 광주문제 해결도 성사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대국민 선언식 행사 추진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정대하 기자 [email protected]
https://www.hani.co.kr/arti///1079653.html
5·18 행사서 ‘계엄군 승전’ 군가 부르겠다는 특전사동지회
등록 :2023-02-14 16:18 수정 :2023-02-14 19:39
5·18단체가 특전사동지회와 함께 열기로 한 화합행사에서 계엄군이 광주 학살작전 직후 불렀던 군가 ‘검은 베레모’를 제창하겠다고 예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가 공개한 ‘포용과 화해와 감사 대국민 선언식’ 계획안을 보면 19일 광주 서구 쌍촌동 5·18기념문화센터에서 행사 중 하나로 ‘검은 베레모’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한다. 이번 행사는 5·18 피해자들과 계엄군(특전사)이 화합해 국민통합에 앞장선다는 명분으로 5·18부상자회가 주도적으로 계획했다. 5·18단체 회원, 특전사동지회 회원과 함께 박민식 국가보훈처장,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성일종·정운천·김종민·이용빈·양향자 국회의원 등을 초청했다. 행사는 1부 대국민 선언식과 2부 국립5·18민주묘지 참배로 이뤄진다.
5·18부상자회는 행사 1부의 마지막 순서로 5·18 첫 사망자였던 고 김경철씨의 어머니 임근단씨와 특전사동지회 고문 임성록씨가 모자 결연을 하고 참석자 전원이 두 노래를 부르는 것으로 계획했다.
하지만 일부 5·18유공자들은 ‘검은 베레모’ 제창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5·18기록관 등이 보유하고 있는 20초 분량 영상을 보면 1980년 5월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을 마친 공수부대원들은 도청 건물 앞에 모여 총기를 점검한 뒤 군홧발로 박자를 맞추며 ‘검은 베레모’를 부르는 장면이 나온다.
대부분 입을 크게 벌려 노래를 부르지만 일부 부대원은 따라 부르지 않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영상은 계엄군 지휘부가 도청진압작전의 성공을 알리기 위해 도청 내외부를 공개한 직후 외신기자가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진압작전으로 문재학·안종필군 등 시민군 15명이 계엄군의 총탄에 숨졌다.
이번 행사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특전사동지회 누리집에는 여전히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하는 글이 게시되는 등 5·18을 왜곡·폄훼하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월어머니집, 광주전남추모연대, 광주전남여성단체연합은 13∼14일 각각 성명을 내어 “진정한 화해와 용서는 가해자들의 고백과 사과가 있을 때 가능하다”며 “오월 영령과 유가족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지말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17일 5·18단체 임원단은 5·18 때 광주에서 숨진 국립서울현충원 계엄군 묘역을 참배해 섣부른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5·18부상자회쪽은 특전사동지회의 제안으로 ‘검은 베레모’ 제창을 행사 순서로 배치했을 뿐, 도청 진압 직후 ‘승전보’ 성격으로 불렸던 사실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김도훈 5·18부상자회 행사 담당자는 “우리 쪽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께 부르자고 요청하자 특전사동지회가 ‘검은 베레모’ 제창도 제안해 받아들인 것으로 안다”며 “도청 진압작전 때 공수부대가 불렀던 군가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 제창 취소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는 황일봉 5·18부상자회 회장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전화 연락을 했으나 받지 않았다.
김용희 기자 [email protected]